난 이상하게 늦게 일어나면 아무리 늦게 잠에 들었어도 안 피곤한데
주말엔 전날 일찍 잤어도 10시 전에 일어나면 너무 피곤하다... 게으른 인간!!!
오늘도 관리사무소 층간소음 안내 방송에 8시에 깼다가
(층간소음보다 니가 더 시끄러!!!!!!)
용케 금방 다시 잠들어 10시 반에 일어났다.
순간 집에서 뒹굴 것인가 부모님과 점심을 같이 할 것인가 고민하다
송추가마골에 갈비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비냉에 소갈비를 싸먹고 시장도 봐서 집에 왔는데...
헐................. 정전이란다.
현관 센서등이 안 들어와서 고장인가 싶었는데 전기가 안 들어온다.
차단기가 내려갔나 싶어서 분전함 열어봐도 이상이 없고
관리사무소 전화해 보니 지하주차장 뭐시기에 화재 발생으로 101~104동 정전이란다.
오늘부터 관리업체가 바뀌어서 인수인계 뭐 이런걸로 나오신 듯 한데
첫날부터 액땜 제대로 하시는 듯... ㅠㅠ
난 잠자는 시간 빼고는 TV를 늘 틀어놓고 사는 TV 덕후인데 TV를 볼 수가 없다.
정전이라 음악도 못 틀고 혼자 있는 집안이 절간이 따로 없다.
이사오고 허세 듬뿍 서재방을 만들었으나 1시간도 책상에 앉은 적이 없다는... ㅋㅋㅋ
할 일이 없어서 서재방에서 책을 읽었다.
이 방이 창을 열면 저 뻥뚤린 저곳에서 바람이 사정없이 들어와서 젤 시원하다.
하필 오늘 제일 덥다는데... 난 그나마 에어컨을 좋아하지 않아서 다행일지도... ^^;;
지난주 금요일 대전 출장 다녀오면서 KTX에서 거의 다 읽었던 책이다.
조금 남아서 오늘 마저 읽었다. 주말 집에서 고상하게 독서라니... ㅋㅋㅋㅋㅋ
"어느 맑은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딱 내 마음이다... ㅎㅎㅎㅎㅎ
기대했던 제목과는 전혀 다른 에세이지만 재밌게 읽었다.
언니랑 기분 좋게 주말에 여행 가기로 해놓고 가면 막상 즐거운데
가기 전까지 계속 괜히 약속했나 취소할까... 번민에 휩싸인다... ㅠㅠ
친구한테 주말에 전화오면 갑자기 나오라거나 우리집에 놀러온다고 할까봐 안 받는다... ㅋㅋ
그리고 월요일 출근해서 "전화했었네? 몰랐어... 미안!!" 이런 뻔뻔한 거짓말을 한다.
여튼 나는 집에 혼자 있는게 제일 행복하다.
"오늘 하지 않아도 되는 걱정은 오늘 하지 않습니다."
유퀴즈에 나왔던 로봇공학자 데이스 홍의 책이다.
책 제목이 맘에 들고 노란색 책도 귀여워서 유퀴즈 보기 전에 사뒀던 책인데
내용은 토막토막 개인적은 짧은 생각이라 짬짬이 읽기에는 괜찮지만 기대만큼은...
최근의 나는 오늘 해야 할일도 되도록 미룰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미루는 인간으로 살기로 맘먹은지라... ㅋㅋㅋ
집중력이 없어진지 오래된 인간이라 짬짬이 책을 읽고 발코니 화분 정리도 했다.
미친X 머리처럼 산발을 하고 있는 실난을 과감하게 싹둑 잘랐다.
장렬히 전사한 나의 예뻤던 헤베나무 화분도 파헤쳐서 뽑아 버리고
청소기는 충전되어 있으니 진공청소기 돌려주소 물걸레청소기 돌려주고
물걸레청소기 빨래를 하려고 보니 욕실에 불이 안들어와서 어두워서 못하고... ㅠㅠ
배 아파서 화장실 가도 비데도 사용 못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기가 없는 삶은 생각보다 할 수 있는게 없구나!!!
온갖 집안일을 하고 땀을 한바가지 흘렸는데 샤워도 할 수가 없다.
욕실이 깜깜해서라기 보다는 보일러가 안 되니 온수가 안 나온다.
나 여름에도 찬물에 샤워 못하는 인간... ㅠㅠ
온갖 집안 일로 배가 꺼져서 저녁을 먹으려고 했는데, 점심에 씻어둔 쌀도 밥을 할 수가 없다.
잡곡이랑 콩이랑 저렇게 잘 불려뒀는데 전기밥솥을 쓸 수가 없다.
인덕션도 안 되니까 찌개도 못 끓인다. 나 국물 없이 밥 못먹는 인간... ㅠㅠ
가스버너 꺼내서 떡볶이로 때웠다. 6시 반이면 복구된다더니... ㅠㅠ
어두워져도 복구가 안 되면 어쩌나... 그보다 냉장고가 제일 큰일이다 싶었다.
나 원래 냉동실 텅텅 비어있는 인간인데 마켓컬리랑 쓱배송이 한때 빠져서
지금 냉동실에 더 이상 뭘 넣을 공간이 없을 만큼 그득그득인데... ㅠㅠ
다른 냉동식품이야 녹았다가 다시 얼어도 먹고 죽지야 않겠지만
나의 정성가득 손만두가 2봉다리나 있는데 그거 녹아서 다 들러붙으면
개죽처럼 끓여먹어야 되나 싶고... ㅠㅠㅠㅠ
그래도 다행히 7시에 7시간 만에 복구가 되었고 냉동실도 생각 보다 건재해서 좀 놀라웠다.
마늘이나 부추 썰어서 얼려둔 야채들은 좀 녹았고 냉동 볶음밥들도 살짝 녹긴 했는데
나의 손만두는 다행히 탱글탱글하고 뭐 다른 냉동식품들은 꺼내면 다시 넣기 힘들어서
다시 얼겠지... 하는 맘으로 그냥 뒀다... ㅎㅎㅎ
내친김에 얼음통도 꺼내서 닦고 냉장실 물통도 닦아서 크래프트 얼음을 얼렸다.
전기가 없으니 평상시 하던 대부분의 생활이 불가했지만
덕분에 집안일도 많이 하고 고상하게 독서도 하고 하루가 무지 길었다.
나 오늘부터 BTV 오션 월정액도 새로 결제했는데
영화 한편 못 본 것은 좀 억울하네... ㅠㅠ
소파랑 물아일체이던 인간이 종종 거리고 왔다갔다 했더니 발목이 너무 아프다.
난 누워있을 때만 인내심 최고치인 듯...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