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홋카이도는 작년 여름에 갈 예정이었다. 3월쯤 항공권도 예약해 두었었는데...
2004년 말쯤에 알게 된 메일 친구가 있었다. 삿포로에 살고 있는 나랑 동갑내기 남자였다.
여행 다녀오면 이쁜 사진도 보내주고, 거의 매일 메일을 보내면서도 혹시라도 내가 잘못 이해할까 친절하게 번역기를 이용해서 한글 해석판까지 같이 보내주곤 하던 성실한 사람이었다.
어느날 연락이 끊겼다. 한달쯤... 그때가 아마도 일본하고 독도 분쟁으로 냉전이 최고조였던 듯...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던게 마지막이라서 처음에는 무슨일이 있나 하다가, 나중에는 "웃겨. 지네가 잘못하고는 왜 지가 승질을 내면서 연락을 안해?" 이런 오해까지...
어느날 모르는 사람에게 메일이 한통 왔다.
히로유키상이 폐암으로 사망했다는...
그런 절박한 상황에서도 내가 걱정되어서 마지막으로 편지를 남겼단다. 자기가 죽으면 전해달라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랑은 또 다른 슬픔이었다. 자꾸 눈물이 나는...
얼굴도 본 적 없는 외국인에게 자신에겐 최고로 힘든 죽음을 앞둔 시점에서 그런 배려를 해준 마음이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많이 슬펐다. 그리고 홋카이도행은 취소 되었다.
아마도 삿포로 테레비탑을 보면 히로유키 생각이 많이 날거 같다. 나에게 처음으로 보내준 이쁜 야경 사진이었거든... 내가 자신을 잊지 않고 기억해 주면 자기는 하늘나라에서 행복할거라고 했다.
절대 잊지 않고 있어요... 히로유키상!!
항공권은 3월에 일찌감치 예약을 해 두었고, 호텔도 예약을 대충 해뒀다.
일정을 짜기 시작하면서 한번 변경을 했고, 6월 말에 최종으로 확약을 했다.
변경된 곳은 방이 없어서 직접 전화해서 민슈쿠를 섭외하기까지...
역시 홋카이도 여행은 서둘러 준비하지 않으면 낭패다.
지난 주말 구체적인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중점은 라벤더 절정기에 맞추는 것과 적절하게 야간열차를 분배시켜서 체력적인 무리를 최소화 시키는 것... 그리고 호쿠류쵸에 대한 미련을 못버리고 돌아오기 바로 전날에 피던지 말던지 일단 호쿠류쵸에 가보기로...
그러나 But...
소운쿄는 너무 오지였다. 호쿠류쵸랑 묶어서 도저히 버스랑 열차 시간이 맞아주질 않는다.
머리를 쥐어 뜯다가 떠나기 바로 전날인 오늘... 호쿠류쵸에 전화를 했다.
"23일에 가면 해바라기가 얼마나 피어있을까요?"
"에.. 마다 미도리데쓰요. (아직 초록색뿐이예요.}"
"한 30%도 안피었을까요? 그정도라도 피면 가고 싶은데..."
"에.. 비묘-데쓰네. 아마리 키레이쟈나이또 오모이마쓰. (그게 미묘하네요. 별로 안예뻐요)"
담당자가 오지 말란다. 와주는건 고맙지만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고... 그래서 호쿠류쵸 해바라기 마을은 버린다. 해바라기밭은 일본 다른 지역에도 많다구... ㅠ.ㅠ
며칠을 머리를 쥐어 뜯으며 고민하던 것은 담당자의 오지 않는게 좋겠다는 한마디로 해결되었다.
그리고 나니 라벤다마쯔리가 걸린다. 패스 사용 기간때문에 17일 개시하면서 가려고 했는데 해바라기를 안보러 가면 오타루를 마지막에 가도 상관이 없어진다. 더구나 16일엔 나카후라노에서 하나비도 5000발 쏜다고 하고... 어찌할까 하다가 16일에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일기예보와 작년에 1만4000명이 모였었다는걸 보고 그냥 접었다. 비가 와서 17일로 하나비가 연기되었으면 좋겠다... ㅎㅎ
여튼 젤 기대를 하고 있는 곳은 리시리토와 레분토이다. 페리의 가격 압박이 있긴 하지만 내가 본 사진의 아름다움을 잊을 수가 없다... 날씨나 화창해 줬으면 좋겠다.
우여곡절 끝에 많은 준비는 못하고 엄청난 양의 버스 시각표만 챙겨간다.
무사히 잘 다녀오기만을 바랄 뿐... 그리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되기를...
아!!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새롭게 등장한 나의 관심사... 바로 아라시~~ ♡
앨범을 몽땅 휩쓸어 오겠다... ㅋㅋ
북오프에 저렴한 중고들이 많이 있으면 좋겠다. 그럼 싱글도 모두 사겠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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