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이 지역은 완만한 경사의 구릉을 따라 펼쳐진 넓은 목초지와 보리밭이 끝없이 이어지는 이국적인 곳이다. 일본에서는 CF 촬영지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비에이 지역은 크게 서쪽 지역과 동쪽 지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두 지역을 모두 둘러보려면 하루는 잡아야 할 듯 하다. 후라노의 라벤더와 묶어서 돌아보려면 택시나 렌트카가 아닌 이상 두 곳 모두는 무리라고 생각된다.
패치워크의 길(서쪽 지역) : 제루부언덕, 켄과 메리의 나무, 가족 나무, 세븐스타 나무, 마일드세븐언덕, 호쿠세이 언덕 전망공원 등
파노라마 로드(동쪽 지역) : 신세이 언덕 전망공원, 크리스마스트리 나무, 칸 농장, 시키사이언덕, 타쿠신칸, 철학의 나무, 치요다 언덕 전망대, 산아이 언덕 전망대 등
비는 여전히 부슬부슬 내리고 있지만 간간이 해도 나는 것으로 봐서는 곧 그칠 듯...
첫번째 목적지인 켄과 메리의 나무(ケンとメリーの木)가 앞으로 0.5Km, 첫번부터 언덕길이다.
자전거를 탄다기 보다는 끌고 올라갔다고 하는게 맞을 듯... ^^;;
(여기 길 건너기가 조금 위험하다. 신호등도 없고, 차는 계속 밀려오고... ㅠ.ㅠ)
농장의 경계를 표시하기 위해 1923년에 심은 평범한 나무가 닛산 자동차의 신모델인 스카이라인(スカイライン) CF(1970)에 등장하면서 유명해졌다고 한다.
크긴 하지만 그냥 그런 평범한 나무일 뿐인데... ^^ 일단 왔으니 자전거도 타는 기념으로 사진 한방~~
켄과 메리의 나무 보다는 확트인 주변 경치가 더 눈길을 끈다. 뭔가 평화로운 느낌~~
어느새 비도 그치고, 햇빛이 나기 시작한다. 망설이다 빗길에도 감행한 코스지만 잘했다는 생각이 팍팍 드는 순간이다.
켄과 메리의 나무 옆에 있는 저 건물 안에 그 당시 CF에 사용되었던 자동차가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차엔 별 관심도 없거니와 사람도 제법 많아서 들어가보지 않았다.
자전거 빌릴 때 주머니께서 알려주신 것처럼 곳곳에 감자꽃이 피어있었다. 한꺼번에 많이 몰려있으니 제법 이뻤다. 생각지 못한 수확이다.
다음 목적지는 세븐스타 나무(セブンスターの木)
켄과 메리의 나무에서 이정표를 따라 직진하다 보면 왼쪽에 학교가 보이고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길로 꺽어들어가면 된다.
약간의 내리막 길을 기분좋게 달리다 보면 오른쪽으로 저 멀리 오야코노 키(親子の木 : 부모자식 나무)가 보인다. 세븐스타 나무가 있는 곳까지 갔다가 다음 목적지가 바로 저곳이다.
세븐스타 나무가 있는 곳까지는 내리막길이라서 힘들이지 않고 신나게 달리면 된다.
지금이야 신나지만 돌아올땐 큰일이다... ㅠ.ㅠ
세븐스타 나무 앞을 점령하고 있는 중국인 가족. 절대 비켜줄 생각 않고 뭐라고 그리 말씀들이 많으신지... ^^;; 결국 그냥 가족들도 같이 찍어버렸다. 내가 이곳을 떠날때까지 중국인들이 계속 점령을...
그냥 끝없이 자전거로 달리면 딱 좋을 만한 길이다.
나무의 유명세에 어울리지 않는 소박한 이정표... ㅋㅋ (이것 말고 조금 큰 다른 것도 있긴하다)
오야코노 키를 보러 가면서 설마 이길은 아니겠지 생각하고 지나쳤는데, 언덕길을 삘삘거리며 올라가다 보니 아까 봤던 학교가 보이는 것이 아무래도 잘못 지나친 듯 하여, 마침 렌트카로 여행 중인 듯한 일행에게 물어봤다. 그 아저씨가 차량 운전도 하면서 가이드도 해주시는 분인지, 지나친 그 자갈길이 맞다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셨다. 갈래길이 나오면 왼쪽길로 가라는 말씀까지... ^^
자전거 빌리면서 받은 지도에 잘 나와있긴 한데, 그래도 이런 비포장 길은 아닐거라고 멋대로 생각한 것이 잘못이었다.
자갈길을 지나 포장도로에 들어서서 나오는 첫번째 이정표에서 우회전하면 된다.
(이정표에 親子の木라고 표시되어 있다. 물론 아래 작은 글씨로 영문표기도 되어 있음)
여기는 무척 넓은 감자밭이 있었다. 관광객들이 감자밭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는지, 밭에 들어가지 말라는 표지판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쇼크인 것은 한글로까지... ㅠ.ㅠ
언덕이라서 물론 길가에서 찍으면 멋진 사진을 찍을 수는 없지만, 밭 가장자리가 사람들에게 밟혀서 붉은 흙이 드러난 것을 보니 조금 안 좋았다. 그런 곳에 한글 표지판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사람도 많이 들어갔다는 증거이니... 챙피할 수 밖에...
감자꽃과 오야코노 키(親子の木). 이런건 사진 잘 찍는 분들이 찍으면 정말 그림일텐데... 아쉽구려.
양쪽의 큰 나무와 가운데 작은 나무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있는 듯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親子 오야코 : 부모와 자식)
다음 목적지인 호쿠세이 언덕 전망공원(北西の丘展望公園)에 가려고 하는데 날이 이상해진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비에이는 이정표만 잘 보고 다니면 길 잃어버릴 염려는 전혀 없을 듯 하다.
이정표 옆에 같이 서 있는 요상한 막대기는 겨울에 눈이 많이 쌓였을 때 유용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호쿠세이 언덕 전망공원에 도착하니 전세 버스로 이동한 단체 관광객들이 제법 많았다. 저 멀리 천둥소리가 들리면서 먹구름이 잔뜩 몰려오는 것이 심상치 않다.
이제 겨우 3시 조금 넘은 시간인데 어두컴컴... 금방이라도 폭우가 쏟아질 것 같다.
역으로 돌아가야 하나 어쩌나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마일드세븐 언덕(マイルドセブンの丘)으로 가기로 정했다.
호쿠세이 언덕 전망공원에서 출발하자 마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뭐 이미 젖은 거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계속 패달을 밟았는데, 왠걸...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면서 폭우로 변하더니 내리막 길에서는 얼굴에 부딪히는 빗방울 때문에 아프기도 하거니와 눈조차 뜰 수 없을 정도로 쏟아졌다. 할 수 없이 이곳에서 방향을 틀어 역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돌아가는 길에 얼마나 많은 비가 쏟아졌는지, 정말 속옷까지 다 젖었다... ㅠ.ㅠ)
역에 도착하자 빗줄기가 가늘어졌다. 이대로 돌아가기엔 시간이 너무 이르고 어쩔까 생각하다 기차 시간표를 보니 16:01에 후라노 방향으로 가는 보통열차가 있길래, 히노데공원에 가보기로 정했다.
패스를 사용한다는 건 이럴때 참 편하다. 교통비 걱정 없이 그때 그때 기차시간만 맞으면 가고 싶은 곳 어디로든 일정을 변경해서 맘대로 갈 수 있다는 것!!
작은 역이지만 관광지답게 이정표 하나도 상큼하다. 한글로도 표기되어 있다... ^^V
비에이역은 규모는 작지만 어느 역보다 아기자기하고 이쁘게 잘 꾸며져 있었던 것 같다.
뜻하지 않은 비 때문에 처음 계획과는 출발부터 틀어졌었지만, 유명한 나무들 보다도 그냥 여기저기 펼쳐진 풍경 자체가 볼거리였던 것 같다. 언덕이 많아서 자전거 타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내리막길을 내달릴 때의 기분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를 것이다. 편하게 택시 관광하는 것도 좋겠지만, 힘들어도 자전거 하이킹이 기억에는 오래 남을 것이다. 힘들긴 했지만 오히려 비 때문에 기억에 오래 남을 추억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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